RESEARCH SUMMARY

「의사양성 학제 개편에 관한 연구」 리뷰

기획위원회 연구개발팀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과 대비되는 인간 의사로서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방점을 둔 의학교육과정 개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기본의학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편해왔다. 기본의학교육과정 개편은 의학과 4년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의예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의예과 교육과 관련하여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개선방안이 거론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의예과와 의학과 분리를 없애고 통합 6년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8년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연구개발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지원으로 의사양성 학제 개편에 관한 연구(연구책임자: 인제의대 노혜린 교수)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는 의예과 역사와 현황, 외국대학 사례, 기본의학교육을 위한 교육 원리와 원칙 등을 검토하고 향후 통합 6년제 기본의학교육과정을 위한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01.

교육과정에 정식으로 예과 과정이 편성된 것은 1924년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학제에 예과 2년을 포함하여 6년제로 운영한 것이 최초이다. 1934년 2년제 예과규정이 3년제로 개정되면서 전체 과정은 7년제로 바뀌었고 이러한 학제로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미군정기에 의과대학의 경우 조선교육심의위원회가 결의하고 학무국에 건의한 예과 2년을 포함한 6년제로 수정 없이 실행되었다. 이후 의학전문대학원체제가 병존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의과대학은 6년제로 지속되어왔다.

02.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의과대학의 수업연한은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명시되어 있는 반면 최근 개설된 약학대학은 수업연한을 6년으로 하고 있으며, 예과를 따로 분리하여 두고 있지 않다.

03.

20세기 후반 문헌들의 결과를 보면 당시 의예과 교육과정의 큰 문제점이 의예과가 자연과학대학의 운영에 맡겨 있으면서 자연과학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수업을 담당한 교수들의 관심이 적고 교수법의 질은 낮았던 것이었다. 반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문헌들에서는 자연과학 중심 교육과정보다는 획일화된 틀, 연계성 부족, 학습환경과 자원 미비, 교육과정 개선 의지 부족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여겼으며, 수업의 낮은 질은 교수학습환경 등 시스템 문제로 보았다.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대두된 문제점은 학생의 부적절한 학습태도와 부적응과 정체성 혼란이었으며, 2010년 이후의 문헌에서는 주요 문제점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04.

의예과 교육과정 개선방안으로는 2000년 이전에는 선진국 벤치마킹과 대학 간 교류, 자연과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과목 개설 및 의과대학 참여가 주로 언급되었고, 2000년 이후에는 교육과정 정비와 의학교육과정과의 연계, 교수학습환경 개선, 엄격한 학생평가와 적절한 학생지원시스템 등이 강조되었다. 2015년 이후 가장 강조되고 있는 개선방안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강화, 성과바탕교육, 의예과 제도개선, 학생의 균형적 발달 등이었다.

05.

선행연구에서 교과목 편성 조정, 자연과학 이외 과정 확대, 교육목표에 따른 교육과정 설계, 의학과와 연계한 과정 개설, 소그룹토의수업 확대, 교수법 개선, 학생평가방법 개선, 학생지원 시스템 확립, 입학선발방법 개선, 학습동기부여와 정체성 형성, 그리고 인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시행 등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였다.

06.

현재 의예과 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교과목 편성을 조정하여 자연과학 이외 과정을 확대하였고, 의학과와 연계한 과정이나 인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설되어 있었다. 반면 아직도 전공선택과목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거나, 100학점이 넘는 학점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대학도 있었다.

07.

외국의 기본의학교육 교육과정에는 의예과 과정이 없었다. 대부분 6년의 과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5년의 수업연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학제나 수업연한, 교육과정 구조가 다양하였다. 입학 직후인 1학년 때부터 의학교육을 바로 시작하고 있었으며 기초의학 외에도 임상의학과 인문사회의학 또한 1학년 때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환자-사회-의사 관련 내용은 전 학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1학년 때부터 환자와 대면하도록 하였고 대부분의 대학이 최소 3년 이상의 임상실습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학생 맞춤형 심화과정을 1년 정도로 두고 있었다. 교육과정 편성은 3년의 임상전교육과 3년의 임상교육(영국 옥스퍼드 대학, 캠브리지 대학, 런던 대학, 에든버러 대학, 네덜란드 마스트리트 대학, 홍콩 중문 대학), 2년의 임상전교육과 3년 임상교육 및 1년 인턴십(독일 뮌헨 대학), 2년의 임상전교육과 4년의 임상교육(호주 플린더스 대학,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홍콩 대학), 2년의 기초의학과 2년의 임상의학 및 2년의 임상실습(오사카의대)으로 분류할 수 있다.

08.

외국 의과대학의 경우, 입학 전 선수 과목으로 생물과 화학을 제시하고 있었으며, 입학 선발을 위한 면접과 포트폴리오를 시행하고 있었으며, 연령 제한을 두는 학교도 있었다. 예방접종 및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대학이 많았는데, 교육과정 중 특정 시술이나 진료 참관이 제한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있었다. 옥스퍼드 대학의 경우 신체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들을 학교에서 미리 준비하기 위해 신체장애를 입학 전에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09.

의학 교육과정과 관련한 현대학습이론으로 자기조절학습, 경험학습, 상황학습, 전환학습, 사회인지이론 등이 있다. 자기조절학습과 경험학습은 의예과 교육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학생들의 불성실한 학습태도, 자립성 부족, 학습동기 부족, 성인으로서 불균형 발달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상황학습과 전환학습 이론은 학생들의 태도와 미발달과 더불어 전문직 정체성 부족을 해결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사회인지이론은 선택과목 부족, 경직된 교육과정 틀, 학제 분리, 의예과 성적의 미반영, 대규모 강의 중심 교수학습환경 등 환경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0.

교육과정 설계 원리로는 나선형 교육과정, SPICES 모형, 통합교육과정, 성과와 역량바탕 교육 등이 있다. 외국의대 사례는 현대 학습이론과 교육과정 설계 원리를 잘 따르고 있었다. 교육과정이 통합되어 수평적 수직적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성과와 역량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있었다. 또한 학생중심, 문제중심, 통합교육, 지역사회교육, 선택과 표준화, 체계적 프로그램 등 혁신적인 교육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11.

연구진이 제안하는 통합 6년 기본의학교육과정 모델은 다음과 같다. 1) 6년 중 총 3년은 임상전교육(preclinical), 후반 3년은 임상교육(clinical)의 크게 2개 시기로 나눈다. 2) 기본의학교육과정은 통합연계형으로 구성하되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교육범위와 심도를 나선형으로 배치한다. 3) 전문직 정체성의 형성을 위한 교육은 전 학년에 걸쳐 학년별 시기별 학습의 내용과 심도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4) 학생중심교육을 위해 전 학년에 걸쳐 선택과정을 두고 학생이 학습동기와 진로에 맞게 학습한다. 이 모델은 조기환자노출, 선택교육, 전문직 정체성 형성, 장기통합임상실습, 학생자율설계과정 등을 특징으로 하며, 교육학적 원리와 원칙, 그리고 외국 의과대학의 사례들을 기반으로 의예과 문제점을 해결하는 좋은 전략이다.

12.

새로운 통합 6년 교육과정 시행을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의예과 제도와 수업연한 제한, 선수과목이 없는 입학요건, 의사국가시험 대비로 인한 4학년 2학기의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은 고등교육법과 정부 및 관련기관 정책이 바뀌어야 해결된다. 교육자원 지원 부족, 획일적인 교육과정 편성 정책은 대학 본부가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대학의 정책을 개선해야 해결될 수 있다. 임상실습을 위한 병원 인프라 부족, 환자 참여 부족, 의대 교수의 진료업무 과중 등은 교육병원의 교육에 대한 사회적 책무성이 부족함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교육병원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13.

병원의 보직자와 의대교수, 의과대학의 교직원과 학생들은 교육과정 개선에 저항할 수 있다. 교육과정의 틀을 변화시키는 것에도 저항이 크지만, 전문직 정체성 교육에 대한 저항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 두 부분은 의학교육자들이 좀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정부에 필요한 법적, 행정적 개선을 제안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며, 공공의 의사 신뢰를 높이기 위한 대국민 메시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의예과 폐지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선 조치, 고등교육법과 교육부의 입학전형 간소화 정책 변화, 입학요건에 생물과 화학 선수과목 지정, 의사국가시험제도 개선,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법률 보완과 실습면허제도 마련 등 그동안 쌓여있던 의학교육 제도와 정책 문제를 개선하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법과 정책을 변화시켜야 하므로, 일개 교수나 대학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수, 의사, 대학의 대표 기관과 의학교육 전문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구보고서
  • 연구명: 의사양성 학제 개편에 관한 연구
  • 연구기간: 2018.10.15.~2019.8.15.
  • 연구책임자: 노혜린 교수(인제의대)
  • 연구발주기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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