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중요성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를 통하여 의학교육의 ‘사회적 책무성(social accountability)’에 대한 정의를 공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의과대학은 교육, 연구 및 진료(봉사) 활동을 공동체,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의 우선적인 보건의료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향할 의무가 있다. 보건의료 관심사의 우선순위는 정부, 의료 기관, 보건 전문가 및 사회가 공동으로 선정해야 한다.” (by Boelen & Heck, 1995)
Boelen 등(2012)은 의학교육의 사회적 의무는 대학의 내부적 규정에 근거한 ‘좋은 의사’를 육성하는 책임성(responsibility) 단계, 외부적 요구를 반영하여 도출된 역량을 갖춘 ‘전문직업성을 갖춘 자’를 육성하는 대응성(responsiveness) 단계, 그리고 대학이 사회와 함께 목적과 결과를 공유하며 ‘건강 시스템의 변화 요원’을 육성하는 책무성(accountability) 단계로 확장되어 간다고 정리한 바 있다.
대학은 수월성을 바탕으로 한 나라의 발전을 선도하게 될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이에 대학은 끊임없이 기관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고유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대학의 모든 사항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철저한 내·외부의 점검이 필요하며, 그에 필요한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마련하고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의과대학은 인간의 온전한 건강 유지라는 의학교육의 실용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목표를 위해 그 어떤 학문 분야보다 더욱 철저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의과대학의 본질적 사명은 일차 보건의료의 개념을 정의하고 공표한 알마아타 선언(1978)에서도 잘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이라는 당시의 표제는 의사 양성기관으로서 의과대학이 가져야 하는 사명과 잘 맞닿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 세상 누구도 건강 문제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무가 의과대학에 위임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의과대학은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곧 사람의 생명과 온전한 건강 유지를 감당하는 치료자로서의 역량과 한 사회의 건강 문제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최일선에서 구현하는 의료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그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전문가 양성 교육에서 강조되고 있는 ‘프로페셔널리즘’은 사회와의 암묵적 계약이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논함에 있어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개념이다. 나아가 의과대학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의사의 표준화된 지식, 술기를 비롯한 외적 행동 양식과 태도를 익히도록 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 의과대학의 교육은 전문가로서의 덕목이나 속성을 유목화하여 강조하는 ‘프로페셔널리즘’ 교육을 넘어서 의과대학생들이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속에서 필요한 역할을 익혀갈 때 겪게 되는 수많은 갈등과 좌절, 혼란과 타협의 과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은 교육적 면에서는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직업성’을 갖춘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고, 행정 관리 측면에서는 의학교육의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자료 정리와 계획을 교내외 기관 혹은 관련 사회와 공유하며 지속적인 질 관리를 이루어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의학교육의 사회적 책무성 개념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과 함께 일반화되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 의료복지의 증진과 국민 보건 향상의 이념을 바탕으로, 의료 관련 서비스의 질적 보장과 의료인력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의학교육 전반에 관한 연구, 개발, 평가사업을 통합적으로 담당해 온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 성년기를 맞이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본다. 특히 지난 2년간의 COVID-19 판데믹 사태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전과정(의학전교육, 기본의학교육, 졸업후교육, 평생교육 등)을 새롭게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라, 그에 따른 역할 부담은 어느 때보다 중할 것이다. 의학교육 평가인증의 사업목적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며, 의학교육의 올바른 변화와 적응을 견인하기 위한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묵묵히 감당해 나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힘찬 전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의학교육의 질적인 발전과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의학교육기관에 대한 평가인증활동을 수행하고, 해당 교육기관의 발전을 위한 자문을 하며, 평가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포함으로써 의학교육의 질적인 향상을 추구하고 사회성 책무성을 담당하고자 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홈페이지에서)